8월 31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선 설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기국회 첫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이재명 대표가 단식 중인 국회 본청 앞 농성 천막에서 열렸고, 이 대표는 정권 퇴행과 폭주를 막을 방법이 달리 없었다며, 단식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야당의 대표가 단식을 하는 것에 대해 깃털처럼 가벼운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요즘 세상을 보면 도대체 어디까지 과거로 돌리려고 하는지 걱정이 됩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단식에 대한 비아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꼭 이렇게 해야 되느냐, 이런 말씀들이 많았습니다. 저의 대답은 그렇습니다. 이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친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결단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 대표에게 격려 전화를 해서 날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기 바란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합니다.
국민의힘은 명분 없는 '방탄용 단식 쇼'라고 비판을 하였고, 이 대표는 단식 외엔 정권 폭주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재명 대표를 따르지 않는 비명계는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하고 있지만, 단식이 사퇴론 불식을 위한 '꼼수'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국민의 힘은 이 대표가 명분 없는 단식으로 민주 투사 행세를 한다며, 비판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렸습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
이재명 대표는 곡기를 끊을 것이 아니라 정치를 그만둬야 할 사람입니다. 검찰 출석을 회피하기 위한 간헐적 단식 쇼로 귀결된다면 이는 역사에 길이 남을 대국민 사기극이 될 것입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휠체어나 쓰러지는 모습이라도 연출해서 동정표라도 얻어보려는 심산이거나, 약자 코스프레라도 하려는 의도 아닌가.
이 대표의 5번째 검찰 소환 조사 일정에 대한 신경전도 계속되어 민주당은 검찰이 요청한 날짜에 출석하려 했더니 도리어 검찰이 거부했다며, '이 대표 흠집 내기' 아니냐고 날을 세웠고 국민의 힘은 검찰 조사는 소풍 가는 게 아니라고 쏘아붙였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수사를 받으러 가는 것이지 나들이 소풍 가는 것이 아니라고 제가 여러 번 말씀드렸습니다. 어느 국민이 내가 2시간만 조사받고 나오겠다고 할 수 있는 특권이 있는지 스스로 잘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무기한 단식 선언을 놓고 목적이 불분명하다며 "정확히 무엇을 대상으로 단식을 하는지 모르겠다" 며 “이재명 단식, 누가 문안오나 보는 것… 안 오면 개딸들이 저격”
과거에는 야당 대표의 단식에 대해 큰 비중으로 뉴스가 다뤄졌고, 목숨을 건 투쟁이라 각계각층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단식을 계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가 되었다고 하면 요즘은 야당대표의 단식을 깃털 처럼 가벼운 것으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이러한 행태에 대해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단식' 누가, 왜 이렇게 만들었나
역대 야당 대표들의 단식 역사
역사 흐름 바꿨던 고(故)김영삼, 고(故) 김대중 대통령도 단식을 했습니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1983년 5월 전 신민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정권 단식 농성 중 이러한 말을 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기 싫었던 게으른 일꾼이 수탉의 목을 비틀었다는 우화에서 나온 이 말은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쓰면서 유명해졌습니다. 훗날 역사 드라마에서 굵직하게 다뤄질 정도로 큰 사건이었지만, 당시에는 신문한 줄 나오지 못했습니다. 신문사에 정부 기관원이 상주할 정도로 엄혹한 시절이었던 이유가 큽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단식 전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단식 이유를 밝혔습니다.
민주화를 위한 최소한의 당면 과제로 구속인사 석방과 복권, 정치활동 규제 해체, 해직 교수와 근로자 및 제적 학생들의 복직·복학, 언론통폐합 조치 백지화와 언론자유 보장,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을 요구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은 23일간 이어졌습니다.단식 중단 때 즈음 비로소 신문에 그의 소식이 실립니다.
목숨을 건 그의 비장한 단식은 전 국민의 가슴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야당 정치인, 재야인사들에게도 자극이 됐습니다. 민주화 투쟁 동지이자 라이벌이기도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미국 체류 중 김영삼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1987년 민주 항쟁으로 이어지고 군부독재가 종식되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김영삼 이후 야당 대표들 ‘최후의 항거’로 단식 1990년 10월에는 당시 야당 평화민주당 총재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단식을 합니다. 이때 평화민주당은 노태우·김영삼·김종필 3당 합당으로 소규모 야당으로 전락했던 때였습니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자당은 지방자치제 실시 등 이전 약속을 무시하고 내각제 개헌 등을 추진하려고 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후의 승부수로 단식 투쟁을 선택합니다.
그의 단식 투쟁은 13일 정도였지만 1991년 상반기 지방의회 선거, 1995년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라는 결실을 맺게 됐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1995년 지방선거를 승리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 승리의 발판이 됩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표현의 자유 허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단식은 흔한 투쟁의 수단이 됐습니다. 하지만 당대표의 단식은 다른 의미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야당을 이끌던 시절 단식 대열에 합류한 적이 있습니다.
2014년 8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유민아빠’ 김영오 씨를 돕기 위해 단식을 합니다. 김영오 씨는 광화문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을 했습니다.
야당 대표의 단식 누가, 왜 이렇게 하게 만들었나
이 대표는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정권은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며, “사즉생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야당 대표가 단식 투쟁에 나선다는 것은 ‘뒤로 물러서지 않겠다’라는 뜻입니다.
표면상 목숨까지 걸었으니 정권 입장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식하는 야당 대표를 가만히 내버려 놓았다가 응급 상황이라도 벌어지면 여론이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청와대나 여당 고위 관계자가 찾아와 ‘단식 중단’을 종용하고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합니다.
단식이라는 것은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는 것으로 야당이든 여당이든 상관없이, 그리고 주장을 수용하던지 하지 않던지 간에 인간이라고 한다면 대화를 통해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가뜩이나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와중에 시작된 제1야당 대표의 단식 투쟁으로, 당분간 정국 경색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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